중국 고전 속의 술 관련 명언 & 고사성어!
2018 무술년(戊戌年)도 벌써 2월, 민족의 명절인 설날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모처럼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설날인 만큼, 반가운 마음에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이 많겠지요?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예부터 술과 관련된 멋진 글을 남긴 분들이 많았습니다. 중국 고전 속에서도 술과 관련된 명언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많이 알려진 것들과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찾은 글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술을 칭송하는 내용이 담긴 글.
1) 주백약지장(酒百藥之長) (바로 가기)
酒(주): 술 | 百(백): 모든, 온갖 |
藥(약): 약 | 之(지): ~의 |
長(장): 처음 |
주백약지장(酒百藥之長)은 ‘술은 모든 약의 으뜸이다’라는 뜻입니다. ‘술도 잘만 마시면 보약’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애주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줄여서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도 합니다.
*아래 2)의 천지미록(天之美祿)과 함께 한서(漢書) 식화지(食貨志)에 실려 있는 글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옛날에는 술을 좋은 곡식으로 빚어 제사를 지내며 복을 기원하거나, 경사스러운 모임에 쓰기도 했습니다. 또 몸이 약한 사람을 도와주거나 노인을 봉양하는 데에는 술 이상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술을 유익한 음식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백약지장은 이러한 뜻이 담겨 있는 말입니다.
이에 비해 술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백약지장과 반대의 뜻으로 ‘광약(狂藥)’, 즉 ‘사람을 미치게 하는 약’으로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 백약지장(百藥之長) VS 광약(狂藥) >
술은 ‘백약지장’인가? 아니면 ‘광약’인가?
옛날 어느 분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酒不醉人人自醉 色不迷人人自迷.
주불취인인자취 색불미인인자미.
술이 사람을 취(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며, 여색(女色)이 사람을 미혹(迷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는 것이다.
이 글에 따르면 술은 사람이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 ‘백약지장’인지 ‘광약’인지는 마시는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겠지요?
2) 천지미록(天之美祿)
天(천): 하늘 | 之(지): ~의 |
美(미): 아름답다 | 祿(록): 복, 행복 |
천지미록(天之美祿)은 ‘하늘이 내려준 경사스러운 복’, ‘하늘이 내려준 아름다운 복’, ‘하늘이 내려준 복’ 등의 뜻입니다. 한서 식화지에서는 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酒者 天之美祿,
주자 천지미록,
술이라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경사스러운 복으로,
帝王所以頤養天下 享祀祈福 扶衰養疾.
제왕소이이양천하 향사기복 부쇠양질.
제왕은 이것으로 세상의 백성들을 기르고 가르쳤으며, 해마다 제사를 지내며 복을 기원하였고, 약한 사람을 돕고 병든 사람을 봉양하게 하였다.
3) 망우물(忘憂物)
忘(망): 잊다 | 憂(우): 근심, 걱정 |
物(물): 물건 |
망우물(忘憂物)은 ‘온갖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중국 진나라의 시인인 도연명이 그의 시에서 술을 가리켜 ‘망우물’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다음은 망우물의 유래가 된 시의 한 구절입니다.
秋菊有佳色 裛露掇其英.
추국유가색 읍로철기영.
가을 국화가 아름다운 빛을 띠었기에, 이슬을 맞으며 그 꽃잎을 땄네.
汎此忘憂物 遠我遺世情.
범차망우물 원아유세정.
이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에 띄우니, 내가 세상에 남겨둔 마음이 멀어지는구나.
(아름다운 가을 국화꽃의 잎을 이 온갖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인 술에 띄워 마시니, 세상의 일에 대한 생각은 점점 더 잊혀져 가는구나.)
4) 금준미주(金樽美酒)
金(금): 금 | 樽(준): 술통 |
美(미): 맛있다 | 酒(주): 술 |
금준미주(金樽美酒)는 ‘금으로 만든 술통 속의 맛있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단어로, 위의 금준미주가 포함된 전체 구절을 보면 금(金)과 미(美)라는 글자가 들어간 것처럼 아름다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다음은 어사가 된 이몽룡이 변사또 앞에서 읊었던 시로,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심정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金樽美酒千人血 玉盤佳肴萬姓膏.
금준미주천인혈 옥반가효만성고.
금으로 만든 술통의 맛 좋은 술은 많은 사람들의 피요, 옥으로 만든 쟁반의 맛있는 안주는 많은 백성들의 기름이라네.
燭淚落時民漏落 歌聲高處怨聲高.
촉루낙시민루낙 가성고처원성고.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들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은 원망하는 소리가 높구나.
5) 우화등선(羽化登仙) (바로 가기)
羽(우): 깃털, 날개, 새 | 化(화): 되다, 변하다 |
登(등): 오르다 | 仙(선): 신선 |
우화등선(羽化登仙)은 ‘새로 변하여 하늘에 올라가 신선이 되다’,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다’ 등의 뜻입니다.
이 우화등선은 ‘술에 취하여 기분이 좋은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도 사용이 됩니다. 당송팔대가의 한 명인 소식이 지은 ‘전적벽부’의 한 구절에서 유래된 고사성어입니다.
6)
三杯通大道 一醉解千愁.
삼배통대도 일취해천수.
세 잔이면 대도(大道)를 깨닫고, 한 번 취하면 일천(一千) 가지의 시름이 사라진다.
(술이 세 잔이면 대도(大道)를 깨닫고, 술에 한 번 취하면 온갖 시름이 사라진다.)
6) 7) 8)은 증광현문에 실려 있는 글로, 아직 블로그에 올리지 않은 글입니다.
7)
今朝有酒今朝醉 明日愁來明日憂.
금조유주금조취 명일수래명일우.
지금 술이 있거든 지금 취하라, 내일의 근심은 다가올 내일에 근심하라.
8)
相逢不飮空歸去 洞口桃花也笑人.
상봉불음공귀거 동구도화야소인.
서로 만나서 술을 마시지 않고 헛되이 되돌아간다면, 동네 어귀의 복숭아꽃도 그 사람을 비웃으리라.
(사람이 서로 만나서 술이나 물도 한잔 마시지 않고 헛되이 헤어진다면, 동네 어귀의 복숭아꽃도 그 사람들을 비웃으리라.
*음(飮)에는 ‘술을 마시다’, ‘음주(飮酒)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2. 술을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온갖 약들 중에서 으뜸이며, 근심을 잊게 해주고, 마시면 날개가 돋아 하늘에 올라가 신선이 되는 기분도 느끼게 해주는 술이지만, 지나친 음주는 자신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그래서 술은 ‘몸을 망치는 술’이라는 뜻의 ’망신주(亡身酒)’나 ‘나라를 망치는 술’이라는 뜻의 ‘망국주(亡國酒)’라고도 불렸습니다.
이번에는 술의 부정적인 측면을 담고 있는 글들입니다.
1) 우선 옛 성현들은 술을 어떻게 대했는지 볼까요?
논어의 향당편에는 공자가 음식을 먹는 방법에 대해 기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中略) 惟酒無量不及亂.
(중략) 유주무량불급란.
다만 술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마셨으나, 정신을 어지럽힐 정도로 마시지 아니하였다.”
(공자(孔子)께서는 술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드셨으나, 정신을 어지럽힐 정도로 많이 드시지는 아니하셨다.)
앞의 ‘주무량(酒無量)’보다는 뒤의 불급란(不及亂)을 잊지 말아야겠지요?
2) 유교의 경전 중 하나인 예기 악기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습니다.
술로 인하여 송사와 다툼이 늘자, 옛날의 왕들은 직접 술에 관한 예법을 만들었는데, 술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여러 번 절을 하도록 하여 술에 덜 취하도록 했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豢豕爲酒 非以爲禍也,
환시위주 비이위화야,
돼지를 기르고 술을 빚는 것은 재앙(災殃)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나,
而獄訟益繁 則酒之流生禍也.
이옥송익번 즉주지류생화야.
송사(訟事)와 다툼이 더욱 늘어났으니, 바로 술의 타락(墮落)이 재앙을 만들었도다.
是故先王因爲酒禮,
시고선왕인위주례,
이러한 사건(事件)이 옛날의 성왕(聖王)들께서 주례(酒禮)를 만드신 계기(契機)가 되었으며,
一獻之禮 賓主百拜 終日飲酒而不得醉焉.
일헌지례 빈주백배 종일음주이부득취언.
(주례(酒禮)로 인하여 술을) 한 번 권하는 예(禮)에, 손님과 주인이 여러 번 절을 하였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을 수 있었다.
此先王之所以避酒禍也.
차선왕지소이피주화야.
이는 옛날의 성왕들께서 술의 재앙을 벗어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음은 술과 관련된 증광현문과 명심보감에 실려 있는 글들입니다.
3)
渴時一滴如甘露 醉後添杯不如無.
갈시일적여감로 취후첨배불여무.
목이 마를 때에 물 한 방울은 달콤한 이슬과 같지만, 술에 취한 뒤에 더 마시는 한 잔은 없는 것만 못하다.
4)
藥能醫假病 酒不解眞愁.
약능의가병 주불해진수.
약(藥)은 한때의 병(病)을 고칠 수 있으나, 술은 깊은 근심을 없애지 못한다.
(약(藥)은 한때의 병(病)을 고칠 수 있으나 마음의 병은 고치지 못하고, 술은 한때의 근심을 없앨 수 있으나 마음 속 깊은 곳의 근심은 없애지 못한다.)
5)
酒逢知己飮 詩向會人吟.
주봉지기음 시향회인음.
술은 자기(自己)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親)한 친구(親舊)와 마시고, 시(詩)는 (시를) 이해(理解)하는 사람에게 읊어라.
6)
酒中不語眞君子 財上分明大丈夫.
주중불어진군자 재상분명대장부.
술에 취하여 말을 하지 않아야 참된 군자(君子), 재물(財物)에 있어서 분명(分明)해야 대장부(大丈夫).
술에 취하여 말을 하지 않아야 참된 군자(君子)이며, 재물(財物)에 있어서 분명(分明)해야 대장부(大丈夫)이다.
(술을 마시더라도 말실수를 하지 않아야 참된 군자(君子)라 할 수 있고, 재물(財物)을 거래함에 있어 셈이 밝고 태도가 명확(明確)해야 대장부(大丈夫)라 할 수 있다.)
7)
言多語失皆因酒.
언다어실개인주.
말이 많아져 말을 그르침은 모두 술 때문이다.
8) 술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若要斷酒法 醒眼看醉人.
약요단주법 성안간취인.
만약(萬若) 술을 끊는 방법(方法)을 원한다면, 술이 깬 눈으로 술에 취한 사람을 보라.
(술을 끊고 싶으면 맑은 정신으로 술에 취한 사람을 보라.)
3. 그 밖에 술과 관련이 있는 재미있는 고사성어들.
1) 배반낭자(杯盤狼藉) (바로 가기)
배반낭자(杯盤狼藉)는 ‘술잔과 쟁반이 어지럽게 깔려 있다’라는 뜻입니다.
술자리가 끝난 뒤의 어지러운 모양을 비유 한 고사성어입니다. 한창 술을 마시며 노는 모양을 비유하여 사용되기도 합니다.
출전: 사기(史記) 골계열전(滑稽列傳)
2) 차계기환(借鷄騎還) (바로 가기)
차계기환(借鷄騎還)은 ‘닭을 빌려서 타고 돌아가다’라는 뜻입니다.
술자리에서 일어난 이야기이기에 유래된 고사성어로, 손님을 푸대접하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마당에 여러 마리의 닭이 있음에도 한낱 채소로 된 안주만 내오던 친구에게, 자신이 닭을 빌려서 타고 돌아갈 테니 타고 온 말을 잡아 술안주로 먹자는 말을 했던 김선생이라는 사람의 이야기 입니다.
출전: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태평한화골계전’은 ‘조선 시대에, 서거정이 고려 말기~조선 초기의 유명한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기문과 재담 따위를 모아 엮은 책’입니다. (네이버 국어사전)
3) 배중사영(杯中蛇影) (바로 가기)
배중사영(杯中蛇影)은 ‘술잔 속의 뱀 그림자’라는 뜻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지나치게 의심을 하고 걱정을 한다’라는 뜻의 고사성어입니다.
고을의 현령과 술을 마시던 어떤 사람이 술잔 속에 비친 벽에 걸려 있던 쇠뇌를 보고 뱀으로 착각하였습니다. 그는 술을 마시며 뱀까지 마셨다고 착각을 하였고, 그 때부터 갑자기 큰 병이 난 것처럼 아프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전해들은 현령이 뱀이 아닌 쇠뇌가 비친 것이었음을 알려주자 병이 씻은듯이 나았다는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출전: 풍속통의(風俗通義)
4) 주지육림(酒池肉林) (바로 가기)
주지육림(酒池肉林)은 ‘술 연못 과 고기 숲’이라는 뜻 입니다.
지나치게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비유하여 사용하는 고사성어 입니다.
예부터 술을 지나치게 좋아하여 나라를 망치고 자신의 목숨까지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수도없이 많습니다. 그 중의 한 명이 바로 은나라의 ‘주왕(紂王)’입니다.
고대 중국의 대표적인 폭군으로 알려져 있는 주왕은 음란한 행동을 했던 것으로도 유명한데, 술로 된 연못을 만들고 고기를 나무에 걸어둔 뒤 알몸의 남녀를 뛰어다니게 하고 그것을 감상하며 술을 마셨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술 연못과 고기 숲’이라는 뜻의 ‘주지육림’은 주왕의 이러한 행동에서 유래된 고사성어입니다.
출전: 사기(史記) 은본기(殷本紀)
5) 치주안족사(卮酒安足辭) (바로 가기)
치주안족사(卮酒安足辭)는 ‘한 잔의 술에 어찌 만족하고 사양하겠는가?’라는 뜻입니다.
술을 권하거나 또는 억지로 권하는 술을 마실 때 사용되는 고사성어 입니다.
중국 진나라 말기, 술자리에서 죽음의 위기에 처한 유방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장군 번쾌는, 항우의 위협에 맞서며 그가 주는 술을 거푸 마시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臣死且不避 卮酒安足辭.
신사차불피 치주안족사.
신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한 잔의 술에 어찌 만족하고 사양하겠습니까?
출전: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
예전에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 10명 중 3명은 가족이나 친척의 권유로 음주를 처음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처음 술을 마신 날은 바로 집안의 모임이나 행사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설날과 같은 명절의 경우, 차례를 지낸 후 음복(飮福)이라며 아이들에게 술을 권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들에게 잘못된 음주 습관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음복(飮福):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제사에 쓴 음식을 나누어 먹음. (네이버 국어사전)
올 설날은 술을 줄이고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편안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아재 개그로 마무리~!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입술!